기업 교육 회사 블룸컴퍼니 박정효 대표는 CEO 대신 CHO라는 직함을 사용한다. ‘최고 행복 관리자(Chief Happiness officer)’라는 뜻이다. 매일 생존을 걸고 버티는 스타트업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혁신’이라는 명제 아래 조직원 개개인의 행복감은 조금 미뤄둬야 할 것쯤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박 대표는 스타트업일수록 이 조직 내 ‘심리적 자본’을 열심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돈만큼이나 스타트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자금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은 어떤 방법으로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박정효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박 대표는 ‘어떻게 하면 행복에 대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2009년 블룸컴퍼니의 전신인 ‘헤고스랩’이라는 행복 자아 연구소를 설립했다. 2,3년 정도 연구소를 운영하다보니, 관련 내용을 조직 교육 프로그램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이를 수익 모델로 2013년 긍정 심리 교육 및 조직 개발 회사인 블룸컴퍼니를 만들었다.

“백 명의 회사원 중 98명은 행복하지 않다”

직장 생활이 행복할 수가 있는 건가. 

그런 질문을 많이들 한다. 한 조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평균적으로 1, 2명은 행복하게 일한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 바로 긍정심리학자들이다.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마틴 셀리그먼이라는 긍정심리학자가 만든 페르마(PERMA)라는 모델이 있다. 여기서 제시하는 행복의 다섯 가지 조건은 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다. 사람들은 이 다섯 가지 중 한쪽으로만 기울기가 쉬운데, 단기적인 행복의 경우 한가지 요소만으로도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야 하고, 이에 성공한 이들이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한다.

블룸컴퍼니는 조직 내 개개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회사인가. 

블룸컴퍼니는 기업 교육(HRD) 회사다.  그런 희귀한 내재 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다 보면 좀 더 긍정적인 직장 생활을 위한 방향성이 나온다. 이 이론을 우리는 워크샵에 녹여내서, 조직 차원에서 조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13년도 첫 창업 당시 우리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는 회사는 제한적이었다. 자금이 넉넉한 대기업들이다. 현대자동차, 두산, 삼성전자, LG전자, 이마트 등에 교육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업계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스타트업, 돈 없인 버텨도
심리적 자본이 무너지면 망한다”

스타트업에도 기업 심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액셀러레이터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타트업에서는 ‘재무적 자본’을 단 하나의 생존 조건으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수익을 올리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물론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열심히 버텨도 보통 3년 정도가 지나면 데스밸리(Death Valley, 신생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도산 위기)가 찾아온다. 이때부터 조직원의 탈진이 시작되면서, 조직 내부에 갈등이 일어나고 협업 구조가 무너져 버리게 된다. 이 때 심리적 자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 재무적 자본만큼이나 심리적 자본 역시 조직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심리적 자본이 동난 조직의 경우, 투자 등을 통해 재무적 자본을 마련한다해도 계속 같은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직원들의 내적 동기는 꾸준히 관리해야 할 또 하나의 자원인 셈이다.

*심리적 자본(psychological capital, PsyCap): 심리적 자본은 긍정조직행태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연구주제로 개인의 심리적인 강점을 바탕으로 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향상시키는 긍정적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심리 교육을 제공할만한 여유가 스타트업에게 있을까? 직무, 직능 교육도 부족한 조직이 수두룩하다. 

맞다. 많은 스타트업이 최소한의 인적, 자금적 자원을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것이 당연하다. 하루하루 생존하기 바쁜 스타트업에게 조직 마인드 교육부터 시키라고 채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스타트업에게도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교육비 부담을 국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블룸컴퍼니도 이번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힘을 합쳐 창업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총 4회 12시간 무료로 진행되는 스타트엄 마인드 교육 프로그램이다. 심사를 거쳐 대상 기업으로 선정이 되면, 블룸컴퍼니의 FT가 기업에 방문해 직접 현장에서 그 기업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기업에서 진행하던 교육 프로그램을 스타트업에 맞게 축소, 재조합했다.

“재무적 자본을 확보했다면, 사무실을 옮기지 말고 심리적 자본에 투자해라”

창업 초기와 조직의 성격이 확 달라지는 결정적 시점들이 있다. 대형 투자를 유치하거나, 조직원 수가 갑자기 늘어났을 때 발생하는 변화와 잡음에 대해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하는 창업자들도 많다. 이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상투적인 답이지만 역시 ‘대화’다. 스타트업은 오히려 대기업보다 가치관이나 개성이 뚜렷한 개개인이 모여 만들어진다. 이런 다양성이 여러 시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갈등과 문제를 끊임없이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대화다. 이때의 대화는 일할 때 필요한 ‘토론’과는 다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라.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두 번째로는 직원의 유능감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하다 보면 각 개인의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노출된다. 약점은 스스로 보안해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강점은 상호작용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 대표가 직원의 강점을 인정해주는 것, 또 조직원들 상호 간의 강점을 인정해주는 것은 조직 전체적인 유능감을 상승시키기에 좋은 방법이다. 조직원들끼리 서로 약점만 찾아내며 헐뜯다 보면 조직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된다.

마지막으로 재무적 자본을 확보하게 됐을 때, 심리적 자본에도 투자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보통 큰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나면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하는 환경이 좋아지면 당연히 분위기 전환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공간 환경에 점차 적응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길진 않다. 이보단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조직 마인드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블룸컴퍼니의 조직원들은 행복하게 일하고 있나. 

중요한 질문이다. 하는 일이 행복 교육이다 보니 우리 조직도 ‘행복해야만 한다’는 약간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다. 갈등과 불행의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블룸컴퍼니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하는 ‘히어로(HERO) 워크샵’을 잘 다져나가는 것이 우리의 단기 목표다. 내년 말 정도에는 모든 스타트업이 한 번쯤은 꼭 참가하고 싶어 하는 워크샵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 전용 연수원을 만들어, 스타트업 조직 교육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하여 ‘하스카’라는 관련 스타트업을 하나 더 시작했다. ‘하스카 해피 스타트업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이 여행과 직원 심리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행복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드는 데 우리도 힘을 합치겠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

 

기사 원문 : http://platum.kr/archives/91514